분양가 상한제와 실거주 의무, 시세 차익보다 먼저 계산할 것
글 정용호 · 청약 계산기 운영자
"싸게 사는 대가로 실거주 의무와 전매 제한이 붙습니다. 전세를 못 놓는다는 뜻이고, 잔금을 전액 대출과 현금으로 막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분양가 상한제 단지에 당첨되면 주변 시세보다 싸게 집을 삽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몇 억이 남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 몇 억을 언제 손에 쥘 수 있는지, 그때까지 버틸 돈은 있는지는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대부분 여기서 무너집니다.
발목을 잡는 건 실거주 의무입니다
세 가지 규제가 붙는데, 자금 계획에 직접 타격을 주는 건 실거주 의무입니다.
전매제한은 "팔지 마라", 실거주 의무는 "직접 살아라"입니다. 둘은 별개로 걸리고 기간도 다릅니다.
실거주 의무가 없으면 입주할 때 전세를 놓아 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습니다. 이게 가능하냐 아니냐가 필요한 현금을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6억 아파트, 잔금 30%(1억 8,000만원)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 상황 | 잔금 조달 방법 | 필요한 현금 |
|---|---|---|
| 실거주 의무 없음 |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 | 거의 없음 |
| 실거주 의무 있음 | 잔금 대출 + 자기 자금 | 대출로 안 되는 만큼 전액 |
실거주 의무가 있으면 세입자를 못 들이니 잔금 전액을 대출과 내 돈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여기에 중도금 이자 누적분과 취득세, 등기 비용까지 같은 날 나갑니다.
그래서 잔금 대출이 얼마 나오는지가 전부입니다
실거주 의무가 있다면 계산 순서는 이렇습니다.
필요한 현금 = 잔금 + 누적 이자 + 취득세·등기 − 잔금 대출 한도
문제는 잔금 대출 한도를 계약 시점에 확정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DSR은 입주 시점의 소득과 부채, 그리고 그때의 규제로 계산됩니다. 계약하고 입주까지 2~3년이 뜨는 동안 기준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DSR 계산기에 지금 소득과 부채를 넣어 보고, 금리를 1~1.5%p 올려 보수적으로 한 번 더 돌려 보세요. 그 숫자가 실제와 가장 가깝습니다.
한도가 잔금에 못 미친다면 그 차액을 2~3년 안에 모을 수 있는지가 판단 기준입니다.
유예는 면제가 아닙니다
실거주 의무가 유예된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걸 면제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예는 미루는 것입니다. 유예 기간이 지나면 본인이나 가족이 들어가 정해진 기간만큼 실제로 살아야 합니다. 채우지 않고 팔면 과태료가 나오고, 경우에 따라 더 무거운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예 기간에 전세를 놓았다면 그 계약이 끝나는 시점과 실거주 시작 시점을 맞춰야 합니다. 세입자 계약이 남아 있는데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곤란해집니다. 전세 계약 기간을 실거주 의무 시작에 맞춰 잡으시기 바랍니다.
은행이 거는 조건도 따로 있습니다
법적 실거주 의무와 별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은행이 입주 조건을 겁니다. 대출 실행 후 일정 기간(보통 몇 개월) 안에 전입하라는 약정입니다.
법으로는 전세를 놓을 수 있어도 대출 약정 때문에 못 놓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걸 어기면 대출금을 한꺼번에 갚으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규제 확인과 별도로 대출 약정서를 읽어 보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잔금 대출을 받으면서 전세를 놓을 계획이라면 그게 가능한 상품인지 은행에 먼저 확인하세요.
재당첨 제한도 무겁습니다
상한제 단지에 당첨되면 상당 기간 다른 청약에 당첨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게 있습니다.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해도 당첨 이력은 남습니다. "일단 넣어 보고 자금이 안 되면 포기하자"는 접근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집도 못 받고 기회만 날립니다.
넣기 전에 자금 계획을 끝내 놓아야 합니다.
청약 전 체크리스트
모집공고에서 세 가지를 각각 확인하세요. 실거주 의무 기간, 전매제한 기간, 재당첨 제한 기간. 하나로 뭉뚱그리면 안 됩니다.
전매제한 기산점도 확인하세요. 입주일이 아니라 계약일이나 당첨자 발표일부터인 경우가 많습니다. 입주할 무렵이면 이미 풀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입주 시점 필요 현금을 계산해 두세요. 중도금 대출 계산기로 누적 이자를, DSR 계산기로 잔금 대출 한도를 뽑아 보면 부족분이 나옵니다.
규제 내용과 기간은 정책에 따라 자주 바뀌고 소급 완화된 사례도 있습니다. 반드시 해당 단지의 모집공고를 기준으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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